[데쿠캇] 내 거야! 6~7
(부제 : 이 새끼 원래 안 이랬잖아요)
* 원포올 완전 습득 후 히어로가 된 이즈쿠가 이전의 찌질미를 버리고 와악! 하는 성격의 미친 팔불출이 됐다는 미래날조
* 동거 중인 히어로 데쿠캇의 커퀴 일화 모음입니다
* 키리시마, 토도로키와 만난 상황에서의 과거 털이
6. 첫사랑 : 이즈쿠
좋아해
좋아한다
좋아져 버렸다
나,
캇쨩을 좋아하게 됐다고!!!
미도리야 이즈쿠는 난생 처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소꿉친구이자, 남자이자, 자기를 무지무지 싫어하는
"내 앞길 막지 마라, 데쿠 주제에. 안 꺼져?"
"미, 미안 캇쨩!"
그 폭살왕에게!
***
처음 이즈쿠가 그것을 깨달았을 때 그는 울고 있었다. 식당에서 키리시마와 마주앉아 밥을 먹는 카츠키를 본 순간 울어버린 것이었다. 데, 데쿠 군?! 미도리야 군, 무슨 일 있는 건가!! 이즈쿠는 두 친구의 호들갑스러운 리액션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하하 웃었다. 아냐, 아냐. 그들에게 사실 그 말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이, 이즈쿠도 왜 눈물이 나는지 몰랐다. 내가 왜 울지? 왜?
이즈쿠는 자신이 느끼는 혼란스럽게 마구 뒤엉킨 감정들을 하나하나 나열해 보았다. 이유모를 절망, 분노, 질투… 어라.
질투?
나 지금,
키리시마 군을 질투해?
순간 이즈쿠는 알았다. 그것은 마치 깨달음과도 같았으며 훗날 이즈쿠는 그것을 '운명'이라 칭했다. 이즈쿠는 왈칵 울음을 토해냈다. 그냥, 억울해서. 무엇이 억울한 건지도 모르는 주제에 너무 억울해서 그래서 이즈쿠는 친구들 앞이라는 것을 잊고 입을 손으로 틀어막은 채 끅끅 울기 시작했다.
'나, 나…'
'데쿠 군, 왜 우는 거야?'
'그, 그, 그니까아…'
'말하기 힘든 비밀?'
그렇다면 장소를 옮기자!
이이다는 결국 식판에 얼굴을 처박은 이즈쿠를 옆구리에 끼고, 우라라카는 그들의 식판을 허공에 둥실 띄우고 식당을 빠르게 벗어났다.
우라라카는 식판을 회수대에 밀어 넣으며 보았다. 저들을 병신 보듯 보는 카츠키의 눈빛을. 인정하기 슬프지만 이미 익숙해져 버려 우라라카는 그것을 가볍게 무시했다.
그런데
'뭐, 뭐어어?!'
'허어엉…'
'음, 애증이라고 하는 건가 이걸.'
자기를 길바닥에 구르는 돌멩이 취급하며 그런 눈빛이나 보내는 그 못된 애를
'조, 좋아… 우으읍!'
'우라라카 양, 남의 비밀을 그렇게 큰 소리로 발설하면 안 되지!'
미도리야 군이 우리를 믿고 말해줬는데! 제 입을 틀어막은 이이다의 손을 탁탁 치며 우라라카는 얼굴이 꾹 잡혀 있어 부정확한 발음으로 미안, 미안 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이즈쿠는 식당 주변 한적한 곳에 다다르자
'나, 나 캇쨩이 조, 좋아!'
'에, 에?'
'진심으로, 좋아하나봐!!'
우라라카와 이이다에게 폭탄 선언을 하고서는 소리내어 엉엉 울고 있던 참이라 그 말을 들을 정신이 없었다.
뺨을 타고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닦아 내지도 않고 울기만 하는 이즈쿠에, 열심히 바동거린 결과 이이다에게서 벗어난 우라라카가 심각한 표정으로 이이다에게만 들리게끔 소근거렸다.
'남자인 건 문제가 안 돼.'
'그렇지. 문제는…'
그 상대가 바쿠고 카츠키인 점. 우라라카도 이이다도 뒷말은 꿀꺽 삼켜내고 동시에 이즈쿠를 쳐다보았다. 우라라카는 그 얼굴을 마주하고 생각했다. 되게 슬프게 우네. 이이다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주머니에서 휴대용 휴지를 꺼내 이즈쿠에게 건넸다. 흐, 흐윽. 고마, 워, 이이, 다, 군. 질질 눈물을 짜내고 코를 훌쩍이면서 이즈쿠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휴지 하나를 뽑아 눈물을 닦았다. 축축히 젖어드는 휴지를 안쓰럽게 쳐다보던 우라라카가 조심스레 입술을 열었다.
'저, 저어, 데쿠 군.'
'으으, 응?'
'왜 그렇게 우는 거야?'
좋아하게 된 상대가 마음에 안 들어? 그럴 리 없잖아, 꽉 막힌 목소리로 대꾸한 이즈쿠가 휴지 하나를 더 꺼내 코를 팽 풀었다. 조금 진정이 된 모양이었다. 큼큼, 목을 가다듬은 이즈쿠가 그게 별로 소용이 없어 보이는 잠긴 목소리로 대답을 이었다. 뭔가, 억울해서.
'뭐가?'
'그, 음, 잘 모르겠어. 그리고,'
질투가 났어.
키리시마 군이랑 사이 좋아보이네, 하고 생각한 순간
질투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어.
그 순간 우라라카와 이이다의 시선이 다시 공중에서 얽혔다.
우라라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이다도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이네.
사랑이군.
7. 첫사랑 : 카츠키
아, 빡친다. 그냥 빡치는 것도 아니고, 존나. 조오오온나.
요새 데쿠 새끼가 날 피해 다닌다. 아닌 척 슬슬 피하는 것도 아니고,
'야, 데쿠.'
'으아아악, 캇쨩!? 안녕, 잘 가!'
'…….'
'데,'
'우, 우라라카 양!'
'데쿠 군, 한심해.'
'너 죽을래?'
'아니, 집 갈래! 안녕!'
'씨이발….'
완전 대놓고.
***
카츠키는 전부 마음에 안 들었다. 저를 피하는 이즈쿠도, 이즈쿠와 짝짜꿍 잘만 노는 그 둘도, 그게 신경 쓰이는 자신도 다 거슬렸다. 저런 쓰레기 등신한테 왜! 카츠키는 그게 분해서 하교 도중 가로등에 머리를 마구 박아대다가 경찰에게 연행당할 뻔했다. 아, 안 취했다고오!!
무사히 오해를 풀고 집에 터덜터덜 돌아가며 내가 데쿠한테 잘못한 거라도 있나, 하고 생각한 순간 카츠키는 주먹으로 제 뺨을 갈겼다. 사실 폭살시키고 싶었지만… 얼얼한 뺨을 슬슬 문지르며 카츠키는 혀를 쯧 찼다. 미쳤군.
카츠키는 힘을 조절하지 못한 탓에 결국 다음 날 뺨에 벌건 훈장을 달고 등교했다. 상처도 조금 났다. 일어나서 거울도 제대로 안 보고 비몽사몽 세수하다가 예상치 못한 따가움에 세면대를 폭발시킬 뻔했다. 다행히 손바닥이 물로 흥건히 젖어 있어 세면대는 무사함.
조례 이후 1교시 시작 전, 누구랑 한 판 뜨기라도 했냐고 옆에서 깐죽이는 카미나리의 얼굴을 밀어 버리고 왁자지껄 시끄러운 교실을 벗어나려 몸을 튼 순간
"……."
"……."
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이즈쿠와 눈이 마주쳤다.
카츠키는 흠칫 놀랐다. 오랜만에 제대로 본 두 눈에 걱정이 한가득인 게, 뭐야 저거. 왜 저런 눈이야? 그러나 곧바로 고개를 푹 숙여 버리는 이즈쿠에 기분이 싹 가라앉았다. 이유 모르게 답답해진 가슴팍을 주먹으로 쿵쿵 치며 카츠키는 다시 몸을 틀었다.
쉽사리 내려가지 않는 가슴 속 무언가에 카츠키는 작게 욕을 내뱉고 책상에 엎드렸다. 화끈거리는 뺨을 차가운 책상에 대고 눈을 감았다. 잘 거냐고 시끄럽게 조잘대는 카미나리의 목소리를 자체 차단하고 카츠키는 억지로 잠을 청했다.
…잠이 올 리가 없었지만.
이즈쿠가 카츠키를 피해 다닌지 꼭 일주일 째였다.
여기서 카츠키가 몰랐던 것 두 가지.
그가 등을 돌리자마자 다시 따라붙은 이즈쿠의 시선, 그리고 오묘한 표정으로 이즈쿠와 그를 번갈아 보는 두 남녀의 시선.
두 남녀의 시선은 다시 공중에서 얽혔다.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도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이네.
사랑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