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나쿠로] Marigold, not Merry.
메리 골드, 즐겁지 않은.
그거 알아요?
무얼.
당신은 날 꺾어 버렸어.
흐응.
다신 꽃을 피울 수 없게.
당신에게 내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당신의 전부가 될 수 없단 것도 알고 있었다. 그만큼이나 많은 남자를 그만큼이나 많은 여자를 당신은 품에 안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는데. 당신이 지구 상 모든 이들과 섹스를 해도 난 당신만 볼 수 있다고 외치던 그 때의 패기 넘치던 나도 이렇게 무너졌을까, 아님 이제 그대에게 지쳐가고 있던 나이기에 이렇게 울고 있는 걸까.
나한테 오라고 했잖아. 오랜만에 얼굴 좀 보자고 많이많이 보고 싶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왜 당신은 여자를 안고 있었어? 왜 당신은 순간 울어 버린 날 보고 웃었어? 왜 여자를 바로 보내지 않았어? 왜 당신 뒷구멍에서 정액이 흘러 나와?
있잖아, 당신.
오늘은
몇 명이랑 잤어?
당신은 내 앞에서 절정을 맞았고 그 얼굴은 언제나처럼 빌어먹게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움을 나는 더 이상 견딜 자신이 없어 나는 결국 그대에게
'그거 알아요?'
이별을
'당신은 날 꺾어 버렸어.'
이 더러운 스토리에 결말을
'다시는 꽃을 피울 수 없게.'
다시 그대에게 돌아갈 것을 알면서도.
피어나지 못한 꽃봉오리가 스러져 버린 이 작은 나무의 주인은 정해져 있으니. 주인이 나무를 찾아오지 않는다면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서라도 나무는 주인을 찾아 갈테니. 그것에 나무의 의지가 담겨 있지 않더라도, 불가항력으로 나무는 그가 있는 곳에.
주인은 나무에게 상처를 주었고 그 상처는 너무나 깊어 흉터를 남기었고 나무는 그 못난 자국을 볼 때마다 주인을 떠올리다 시들어 버린 채로 그리움에 사무쳐 결국, 다시 원점으로.
꽃을 피우지 못하는 나무는 꽃 같은 주인 것을 뱅뱅 맴돌다 으스러질 운명이라더라. 이 관계의 시작부터 끝까지 웃을 수 있는 자는
"치비쨩."
"저, 가요."
"넌 어차피 나 없음 못 살아."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
"내가 몰라도, 네가 알잖아?"
"……."
당신 뿐이다.
메리 골드 꽃말 : 가련한 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