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히로아카

[데쿠캇] 몽환의 숲

pdom1nt 2016. 8. 9. 23:52

bgm : 키네틱플로우 - 몽환의 숲



투명한 창문을 통해 푸른 달빛이 쏟아져 내리는 새벽,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소리가 나는 쪽에 시선을 두니 창문 밖에는 조그만 파랑새 하나가 열어달라는 듯 퍼덕이며 창문을 쪼고 있었다. 다가가 창문을 여니, 그는 어딘가로 나를 데려가고 싶은 듯 눈앞에서 원을 그리며 맴돌다 날아갔다. 나는 홀린 듯 창문턱에 올라섰다. 창문에 몸을 비집어 넣고 밑으로 뛰어 내렸다. 창문이 이렇게 컸던가? 여기가 얼마나 높았지? 그 생각이 문득 들었을 무렵 나는 맨발에 닿는 간지러운 풀의 느낌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초록빛 잔디가 물결치듯 흔들리는, 아스팔트가 아닌 풀밭. 밤 사이 비라도 내렸던지 발바닥에 축축하게 이슬이 스몄다. 다시 나타난 파랑새는 나를 재촉하는 것 마냥 포르르 날아와 어깨를 쪼았다. 눈앞에 펼쳐진 낯선 풍경에 당황해 할 새도 없이 나는 어디론가 걷기 시작했다.

나는 오 분 정도 파랑새를 따라 걸었다.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나무가 빽빽한 숲의 입구에 멈춰 섰다.


"숲?"


날 여기 초대하고 싶었던 거야? 소리 내어 묻지는 않았지만 새는 짹짹 지저귀며 내가 눈으로 한 질문에 긍정하듯, 그리고 어서 들어가라 말하는 듯 소매를 물고 당겼다. 알 수 없는 곳, 그것도 숲. 조금 망설였지만 결국은 그곳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와."


기이하지만 신비로운, 아름다운.

발밑에 뭉개진 풀잎들은 어느새 하늘빛을 띠고 있었다. 반짝이는 푸른 잎들이 반짝이는 나무에 매달려 팔랑이고, 연둣빛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가고. 갑자기 튀어나와 팔을 스치고 뛰어간 사슴은 따뜻한 분홍빛을 가졌지만 그 온기는 무척이나 차가웠다. 놀라기도 전에 사슴은 자취를 감추었다. 왠지, 환영받은 기분.

사방을 둘러보며 천천히 걸었다. 연둣빛 하늘과 하늘빛 풀잎, 문득 손을 들어 바라보았을 때 그 두 색이 섞여 맴돌고 있었다. 괜히 주먹을 쥐었다 폈다. 허공을 움켰다. 예쁜 빛, 잡혔을까. 그대로 손을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유치한 생각이지만, 가져가서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걸. 꿈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이곳에 너와 함께 있지 못함을 위로하기 위한 것.


파랑새가 귀 옆을 스쳐 날았다. 응, 빨리 갈게. 머리를 따라 한 바퀴 돌길래 재촉하려는 줄 알았건만, 그래서 그 행위에 대답했건만 새는 왔던 길로 날아가 버렸다.


"새, 야?"


그 뒤꽁무니를 멍하니 바라보다 조심스레 파랑새를 불렀지만 돌아오지 않아. 덩그러니 남겨져 나무 사이에 몸을 숨긴 새를 기다리다 나는 오지 않을 것을 알고 천천히 앞으로 몸을 틀었다. 숲이 끝나 있었다.

한 발 내딛자, 익숙한 풍경이. 우리 동네였다, 그냥 우리 동네. 뒤를 휙 돌아보자 숲은 없어져 있었다. 눈만 꿈뻑이다 새삼 어색해진 아스팔트 도로를 꾸욱 밟았다. 해는 어느새 중천에 떠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좆같네."


아무래도 이질적인 느낌에 주변을 둘러보며 걷다 누군가와 부딪혀 뒤로 한 발 밀려났다. 사과를 건네자, 옆으로 그냥 지나가 버리는 그에게서 날아드는 욕설에 슬쩍 곁눈질로 쳐다보니 진한 보랏빛이 도는 곱슬머리가 흩날렸다. 그리고 익숙한 샴푸 향. 무언가 이상했지만 그 샴푸를 쓰는 사람이 이 동네에 우리 가족 뿐이겠어. 그나저나 처음 보는 머리색이네. 목소리는 많이 들어본 것 같았는데, 나랑 닮은 목소리여서 그랬나.

어쨌든 빨리 집에 가야했다. 맨발에 잠옷 차림으로 누굴 만났다간 창피를 당할 뿐이야. 발을 떼니 전혀 부드럽지 않은 도로를 체중을 실어 밟고 있었어서 작은 통증이 느껴졌다. 슬쩍 인상을 쓰고 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나는 곧 다시 멈췄다. 멈출 수밖에 없었다. 부지런히 걸어 도달한 골목 끝에서 고개를 내밀었을 때,


"…이, 즈쿠?"

"……."


푸른 눈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검은 머리의 네가.


나는 너를 잃은 세계에서 또 너를 만났다. 파랑새가 남기고 간 파란 선물.





+)

1p 캇쨩은 죽었구여 1p 미도리야가 숲을 통과해서 2p 세계로 갓슴 그 보라색 머리 2p 이즈쿠임 니다 . 그리고 마지막 걔는 2p 캇쨩